열린마당

간호문학 공모전 수상작

당신을 돌보는 하루

가작
김상희 | 봉생기념병원

당신은 낯선 눈으로 나를 봅니다.
가끔은 ‘딸’이라고 부르지만,
그 이름조차 망설임에 잠깁니다.
“내가 누구냐”고 물을 때면,
나는 대답보다 침묵을 먼저 배웁니다.

물을 끓이고, 약을 챙기고,
당신을 앉히고, 천천히 씻기고,
옷을 갈아입히는 순간마다
한때 내게 밥을 지어주고 손을 닦여주던
그 손이 떠오릅니다.
지금은 내가 당신의 손을 잡지만
어쩌면 매 순간
나는 당신에게 다시 잡히는 것인지도 모릅니다.

하루에도 몇 번씩
같은 질문을 되풀이하는 당신에게
처음엔 웃으며,
두 번째는 짧게,
세 번째는 입을 다뭅니다.
그리고 그 침묵 속에서
나는 스스로에게 실망합니다.

나는 간호사입니다.
수많은 환자들을 돌보며
흔들리지 않는 법을 배웠습니다.
하지만 당신 앞에서는
그 경험이
너무 멀고, 너무 작아집니다.

이 돌봄은 지식보다 오래 가야 하고,
기술보다 다정해야 하며,
사랑보다도 깊은 인내를 요구합니다.

나는 인정합니다.
이 길은 고되고, 때로는 외롭습니다.
당신을 돌보는 동안 나는 자주 무너지고
다시 일어섭니다.

그러나 나는 간호사입니다.
무너져도 다시 서고,
지쳐도 다시 손을 내미는 사람.
그리고 당신의 딸입니다.
그래서 오늘도
나는 당신의 하루를 감싸안으며,
한 걸음씩
이 시간 속을 함께 걸어갑니다.